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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기차여행
    비비안-게으름의 산물/그분이 오셨을 때 2016. 11. 13. 23:59
    그 책을 발견하다.
     
    어느 날 나는 무슨 일인지 혼자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기차를 타게 되었습니다..
    기차에 올라 자리를 찾느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내 자리는 탄 쪽과는 반대편인 것 같습니다.
    끝까지 걸어가며 기차표를 바라보는데 젠장 통로 쪽 입니다.
    번호에 거의 다 오자 창가 쪽 의자위로 뽀글 머리가 보입니다.
    창가 쪽에 먼저 자리를 잡은 부지런한 아주머니 한 분이 내가 앉을 때까지 바라봅니다.
    살짝 눈인사를 하는 듯 마는 듯 할 수 없이 맘에 들지 않는 통로 쪽 자리에 앉습니다.
    5 시간 동안 뭘 하며 갈까 하고 생각하니 앉자마자 지루함이 밀려오며 벌써부터 몸이 지뿌둥해옵니다.
    바쁘게 나오느라 책도 잊고 왔습니다.
    할 수 없이 휴대폰을 꺼내보지만 산지 얼마 되지 않아 음악 파일도 아직 저장해 놓지 않았습니다. 영화라도 한 편 받아 두는 건데 하는 아쉬움도 남으며 기껏 최신폰을 구입해 놓고 정말 활용도가 너무 떨어지는 것을 생각하니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듭니다.
    친구와 여행의 목적에 대해 메시지를 몇 개 주고 받은 다음 인터넷을 켜고 메인 뉴스와 가십거리를 읽고 나니 또 할 일이 없어 오늘 올라온 웹툰도 하나 읽어줍니다.
    그때 마침 통로로 이동식 매점이 지나갑니다.
    사이다를 마실까 하다가 너무 달 것 같아서 조금 가격이 높은 인스턴트 커피를 주문하고 게다가 커피와는 어울리지 않고 마음에도 없던 큰 쥐포도 한 마리 삽니다.
    쥐포는 언제 먹을지 몰라 대충 앞에 보이는 망에 넣어두고 커피를 바라보니 유명한 영화배우가 광고를 하는 커피입니다.
    가격에 비해 양도 많은 것 같아 갑자기 기분이 좋아집니다.
    뚜껑을 열자 좋은 향이 흘러 나오며 얼른 마셔달라고 합니다.
    못 이긴체하며 한 모금 들이킵니다. 그런데 아메리카노라고 써있지만 절대 아메리카노가 아닙니다. 너무 답니다.
    대합실에 있던 커피전문점이 갑자기 생각나며 눈물이 핑 돕니다.
    그냥 사이다를 살걸 하고 후회도 해보지만 너무 늦었습니다.
    이따 이동식 매점이 다시 지나가면 그냥 생수를 하나 더 사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습니다.
    커피는 몇 모금 못 먹겠다 생각했지만 어느새 반이 넘게 훌쩍이고 있습니다.
   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넣은 커피는 정말 싫어하지만 이런 인스턴트가 잘도 목구멍으로 넘어가는걸 보니 왠지 인공 감미료가 들어간 것 같아 찝찝합니다.
    커피의 뚜껑을 닫아 쥐포 옆에 넣어두고는 가방을 꼭 끌어안고 잠을 한번 청해봅니다.
    하지만 창가 자리가 아니라서 그런지 뭔가 다 노출된 기분이라 잠이 쉽게 오질 않습니다.
    옆자리를 보니 아주머니가 그새 잠들어 있습니다.
    창 밖을 바라보니 서울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. 갑자기 뭔가 후련해집니다.
    초록색만 실컷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넘었습니다.
    그때 마침 매점이 다시 지나가자 때를 놓칠세라 아저씨를 부릅니다.
    생수를 살까 하다가 녹차물을 삽니다.
    왜냐하면 가격은 두 배지만 목 넘김이 좋기 때문입니다.
    찻물을 한 모금 들이키니 살 것 같습니다.
    양껏 마신 찻물을 넣으려 망을 바라보니 계획엔 없던 쥐포와 먹다 남은 커피와 아까는 보지 못했던 책 한 권이 보입니다.
    찻물을 넣으려 커다란 쥐포를 꺼내려다 책을 꺼냅니다.
    왠지 구려 보입니다.
    작가이름은 아주 흔한 이름이지만 작가로는 처음 보는 이름입니다.
    너무나 구린 그 책의 제목은 “전생” 입니다.
    표지의 디자인도 너무 가관이라 떠들어보기도 싫습니다. 그런데 책이 엄청 낡아 보입니다.
    그리 두꺼운 책도 아닌데 하도 읽어대서 그런지 꽤나 투실투실해져 모서리의 날카로움은 사라 진지 오래입니다.
    이 상태로 라면 모서리로 손톱에 있는 때도 못 빼낼 것 같습니다.
    궁금해진 나는 그 책을 후루룩 한번 넘겨봅니다.
    도착까지 아직 4시간이나 남았는데 그냥 한번 읽어볼까 하고 등을 의자에 깊숙이 기댑니다.
    넘길 때 보니 삽화도 몇 개 보였던 것 같아 큰 인심을 쓰듯이 첫 장을 넘깁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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